저는 프리랜서입니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사는것, 치열하게 사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던지...
페이지에 강아지 귀가 수도 없이 접혀 두툼해졌네요.
경제 관련 책을 읽을 때도 이런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다면 금방 부자가 될 텐데요...
이 저자는 보통의 40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입시부터 늦어지기 시작한 인생의 계단은 취업도 결혼도 다 뒤로 밀려있고 결국은 경제적인 부분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나이에 사직서까지 냅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자유를 양껏 누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돈을 포기하고 얻은 자유(돈을 내고 산거나 마찬가지인 자유)이니 즐길 만큼 즐기자라고 합니다. 돈이 아깝지 않도록!
한때 노력도 해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패배감을 느끼자 지는 게 싫어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네요.
회사를 다니면 열심히 사는 것처럼 느껴져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열정 많은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저로서는 항상 지적을 당하는 포인트가 있어요.
열정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욕심도 없고...
이런 나를 굉장히 답답해하며 마치 죄인인양 얘기합니다.
나는 열정이 없어도 잘 살고 있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꽤 열심히 합니다. 그래서 이런 지적을 받으면 억울합니다.
열정은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열정 같은 거 없어도 우리는 일만 잘한다.
열정도 닳는다. 함부로 쓰다 보면 정말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까 억지로 열정을 가지려 애쓰지 말자.
그리고 내 열정은 내가 알아서 하게 가만 놔뒀으면 좋겠다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이 가리켰던 것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게 부끄럽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원하는 걸 모르고 헛된 것들로 허기를 채우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충전 중이다.
열심히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 그런 세상은 얼핏 좋아 보이지만 반대로 열심히 사는 걸 강요당해도 찍소리 못하는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건 일을 안 하거나 돈을 벌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돈) 때문에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그 많은 걸 바란다고? 간절함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만약 이런 이유로 그것들을 가질 수 없는 거라면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원하지만 가지지 못해도 괜찮은, 가지면 좋지만 가지는 것이 삶이 목표는 아닌, 욕심이 없지는 않지만 욕심 때문에 괴롭지 않은 그런 마음이고 싶다.
우리 사회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 그 길로 안 가면 손가락질받는다.
"쓸데없는 짓 말고 공부나 해!"라고 하면서 꿈을 꾸라고 한다.
끔을 가지라는 것은 '도전 정신'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스펙'을 강요하는 건 아닐지 염려스럽다.
마음껏 꿈을 펼치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나는 남들보다 7년이 뒤처지고 있으니 남들보다 7년 정도 더 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아니면 또래들보다 7년 젊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버린다. 나는 느린 만큼 젊게 산다.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다.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남들과 맞추려다 보면 괴로워진다.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관점의 차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하면 뭔가 덜 좋은 걸 얻은 것 같지만 '꿩 대신 치킨'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 우리의 삶은 닭이 아니라 치킨이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열심히 살면 힘들다. 그건 견디는 삶이니까.
같은 일도 이왕이면 '열심히'보다는 '재밌게'가 낫지 않을까.
지금부터 삶은 결과를 위해 견디는 삶이어서는 안 된다.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
빨리 완성하고 싶은 조급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과정이 좀 더 길게 계속되길 바라는 지금의 나.
이 책 초반에 에피소드로 나왔던 내용이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조난당한 남자가 있고, 똑같이 조난당한 여자가 헤엄쳐 옵니다.
둘은 이야기를 나눈 후 여자는 어딘지 있을지 모를 섬을 찾아 헤엄쳐 가고, 남자는 그 자리에 남아 그저 맥주나 마십니다. 이후 여자는 어딘가의 섬에 도착하고, 남자는 술에 취한 채 구조대에 구조됩니다.
여자는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남았는데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남자도 살아남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자도 운이 좋았고, 남자도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여자는 굉장히 억울함을 느끼고 남자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죠.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열심히 안 했다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노력했으니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괴로움의 시작이다.
어쩌면 아예 보상이 없을 수도 있다.
노력은 우리를 자주 배신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억울함이 없습니다.
이 책은 인생을 포기하라고 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삶의 주체를 남이 아닌 나에 두고 나의 기준으로 살라고 합니다.
열정, 열심, 노력 다 좋지만 내가 견뎌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한 번쯤 멈춰서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과연 나를 위해 열정, 열심, 노력을 견뎌내고 있었던가...
완성된 결과를 계속 앞당기기 위해 지금의 즐거움을 희생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지금의 과정을 충분히 즐기면서 몇 년쯤 천천히 간다 한들 크게 문제가 있을까요? 꿈꿨던 삶이 아니더라도 삶에는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꿩이 아니더라도 치킨과 같은 사랑스러운 삶이 있는 것이죠.